이슬람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십자군이 파리에 입성하자 사람들은 웅성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사 중 일부가 줄무늬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세에는 기독교 교리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색’으로 구성된 옷은 악마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때문에 교회는 줄무늬 옷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이를 어기면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부러 줄무늬 옷을 입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광대, 사형 집행인, 매춘부처럼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대표적이죠.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줄무늬는 신분을 나누고, 사람들을 통제하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가로 줄무늬는 감옥 수감자의 옷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성조기는 빨간색과 흰색의 대조로 만들어진 13개의 줄무늬가 들어갑니다. 각각의 줄무늬는 영국과 맞서 싸운 13곳의 식민 국가를 상징하죠. 미국 독립혁명 이후 줄무늬에 덧씌워진 긍정적인 이미지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굳어집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프랑스 시민들의 손에 삼색기가 들려 있던 것이죠. 이제 줄무늬는 자유와 혁명의 상징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가로 줄무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초기에는 하급 선원들만 줄무늬 제복을 입었는데요. 이러한 금기를 깨고 1846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아들 앨버트 왕자에게 가로 줄무늬가 새겨진 선원복을 입힙니다. 귀여운 왕자의 옷차림은 귀족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이 사건은 줄무늬에 담긴 계급 차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