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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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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관한 이야기
섬에서 보낸 유년 시절에 대해 들려주세요.
저에게는 유난히 어린 시절의 기억들, 풍경들이 각별한데, 우선 거기는 대단히 조용한 동네입니다. 그래서 파도 소리, 바람, 심지어는 풀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까지도 아주 명징하게 들리는 듯한 그런 고장이었는데, 특히나 깊은 밤이 되면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마치 머리맡에서 출렁이는 것 같은 소리들이 아직도 가끔씩 누우면 들리는 것 같고. 또 뒤꼍의 보리밭에 높은 하늘을 날아가던 기러기가 내려앉아서 쉬어가던 그 소리가 굉장히 신비로웠어요. 어떻게 우리 집 뒤꼍에 저 먼 나라로 가는 새가 앉았다 갈까? 그런 기억들이 유난히 많이 나고. 왜 어느 날은 조금 들어오고 어느 날은 물이 많이 들어올까? 그리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에 따라서 그것이 바뀌고 차이가 난다는 것도 저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거리였고. 그런 기억들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 기본 에너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궁극적으로 생각해 보면, 나를 새롭게 바라보자.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하면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는지 그런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 새롭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이잖아요. 어제에 매여 있는 게 아니고, 또는 관습에 매여 있는 게 아니고 뭔가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질문함으로써 그만큼 보다 넓게 또 깊게 바라보고자 하는 열망 같은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돼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 - ‘배를 밀며’와 ‘배를 매며’
배를 미는 행위와 매는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배가 들어오면 그 선원들이 직접 그 배를 맬 순 없어요. 그래서 부둣가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배가 들어오면 밧줄을 던지고, 그 밧줄을 매게 되죠. 그것은 그 부둣가에 있는 누구든지 해야 할 수밖에 없는 도의적인, 본능적인 숙명 같은 일인데, 우리가 살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 같은 것들이 분명히 있죠. 예를 들면 사랑이라든가 혹은 어떤 고통 또는 기쁨 같은 것들도 그런 것일 수 있는데, ‘우리가 자의적으로 할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있구나.’라는 깨우침 같은 것들을 발견하는 행위죠. 배를 맨다는 일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성장과 늙어 감, 사랑 이런 것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얘기할 수 있겠고, 또 배를 미는 행위도 우리가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사랑이라는 것이 항구적인 것은 아니니까 헤어지는 아픔 같은 것들. 그러나 배를 밀어서 안전하게 떠나보내는 행위가 나중에 다시 들여다보면 우리 내면으로 회귀해서 들어오는 행위의 반복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배를 밀거나 매는 행위를 통해서 그려 봤다고 할 수 있겠죠.
이 시의 시적 화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조그마한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배가 들어오고 배가 떠 있고 배를 밀어보기도 하고 배에서 던져지는 밧줄을 뛰어가서 걸어보기도 한 그런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 경험 자체로는 시가 되지 않고 나중에 그런 행위가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나 그런 생각들을 했는데, 한참 후에 초여름 저녁에 녹음이 짙어지는 거예요. 없던 나뭇가지에 이파리들이 나고, 녹음이 짙어지는데, 저게 시간의 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당가의 나무에 돋는 저 녹음, 녹음이라는 건 곧 여름이니까. 그 시간의 오고감, 성장하고 소멸하는 그런 것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배를 밀거나 매는 행위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한 편의 시가 됐다고 볼 수 있죠.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청소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모든 소리, 풍경, 사물들에 대해서 질문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손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대단히 새롭고 낯선 어떤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엄마의 목소리도 메시지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세히 들어보면 신비로운 무엇이 있거든요. 지금 시대의 청소년은 입시 같은 것들에 시달리지만 그런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또 귀 기울여 보면 어떤 질문거리들이 생깁니다. 우리가 교과서나 어른들로부터 배우거나 강요당한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궁금증 같은 것들을 만들고 탐구해 보는 그런 시간을 틈틈이 갖는다면 보다 폭넓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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